"연세로 차 다녀야" vs "성급한 결정 안 돼"…서울시·서대문구 갈등

서울시, 내달 1일부터 연세로 차량통행 금지 재개
서대문구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 여부 결정해야"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신촌 연세로 일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 말 예정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여부 결정을 내년 6월로 미루자 서대문구와 일대 상인들은 "예정대로 이달 중 해제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30일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시범운영을 마치고 다음 달 1일 0시부터 일반차량 통제에 들어간다. 연세로는 신촌 지하철역~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550m 구간으로, 지난 2014년 1월 서울시의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됐다.

연세로 일대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버스와 16인승 이상 승합차·긴급차량·자전거를 제외한 일반 차량 통행은 제한됐다.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자 일대 교통 정체가 완화되고, 주말에 다양한 공연 등이 열리는 등 문화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인근 상권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연세로 일대 상권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상권 침체가 가속화되자 서대문구와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서울시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에 시는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말까지 연세로에 일시적으로 모든 차량 운행을 허용하고, 효과를 분석한 뒤 해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달 시범운영 종료를 앞두고 예정된 발표 일정을 내년 6월로 미루기로 입장을 바꿨다. 상권 매출, 교통 흐름, 인근 대학 학생들의 보행권 등을 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신촌역 전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3% 증가했지만 유사 대학상권의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며 "매출 증가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재단이 분석한 1분기 유사 대학상권 매출 증가율은 홍대입구역 47%, 대학로 39%, 건대입구역 35%, 신촌역 33%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대문구는 실제 연세로 구간으로만 한정해 매출액 증가율을 분석할 경우 올 상반기 연세로 상권 매출액은 22% 늘어 서울대입구역(-4.1%), 교대역(14.8%), 건대입구역(11.5%) 등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연세로 버스 통행속도도 평일 평균 시속 11.65㎞(해제 전 12.30㎞), 주말 평균 시속 11.18㎞(해제 전 11.35㎞)를 유지하고 있어 교통 흐름 상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과학적인 조사 분석 결과 상권 활성화 효과가 있고 교통 소통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는 당초 약속대로 9월 중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연세로는 서대문구과 상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공간의 공동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근 대학 학생들도 보행권을 강조하고 차량 통행을 반대하고 있어 단순히 상권 매출만을 고려해 전용지구를 섣불리 해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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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