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 짐 챙기러 아내 집에…헌재 "주거침입 아냐"

별거 중인 배우자 주택에 진입하다 기소유예
"공동거주자 지위, 평온 해치지 않아" 주장
청구 인용…"공동장소 출입, 평온 깬 것 아냐"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는 이가 다른 거주자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고 주거에 진입한 것을 일방적인 주거침입 행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 헌법재판소는 별거 중인 피해자의 자택에 침입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청구인 A씨가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 받았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9월2일 별거 중인 아내인 피해자 B씨의 거주지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주거침입 혐의로 같은 해 11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B씨와 공동거주하던 주택에 대해 자신의 출입을 막을 정당한 이유가 없고, 사건 당시 B씨는 부재중이었기에 사실상 주거자의 평온을 해치는 등 주거침입으로 인정될 만한 정황이 없다며 같은 해 12월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A씨가 실제 해당 주택의 공동거주자 지위에 있는지, B씨의 행위로 인해 A씨가 주택에서 가지는 평온 상태가 침해 당했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두 사람이 1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유지해왔고, 비록 B씨가 주택 소유권을 갖고 있지만 A씨가 2013년부터 수입이 없던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현금을 교부하는 등 주택 매매 자금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던 점을 짚었다.

또 2021년 6월 들어 B씨가 A씨에게 이혼을 청구했지만, 그해 8월 A씨가 주택 진입을 제지당한 이유는 B씨의 코로나19 자가격리에 따른 조치였다는 점을 부연하며 A씨가 여전히 공동거주자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을 금지당한 공동거주자가 공동 생활 장소에 출입한 것을 다른 공동거주자의 주거 평온을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즉 사건의 발단이 된 A씨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주택에 들어간 행위와 관련해 비밀번호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점, 두 사람의 관계나 A씨가 남은 짐을 챙겨오려고 했던 정황 등을 살펴 A씨가 집에 있었어도 주택 출입을 거부했을 것으로 추정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거주자의 평온을 깨는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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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