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MB 때 '블랙리스트' 없어…백서에 104번? 왜 구속 안했나"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유 후보자는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질문에 "이명박 정부 때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라는 말 자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과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등의 문건을 제시하며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집중 공세를 벌였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장관 재임시 국정원으로부터 직접 보고 받거나 문건을 별도로 수령한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없다"며 "실제로 제가 (문건을) 보거나 전달받은 일이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에 찾아와 직접 뭘 주고 간 적도 없다. 그 진위 여부나 누가 작성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정확히 믿을 수 없다"며 "실제로 진행된 사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후보자의 이름이 무려 104번이 언급돼 있다. 그 정도로 증언이 후보자를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윤덕 의원도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조사위를) 고소·고발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백서를 이번에 처음 봤다. 104번 언급도 처음 들었다. 백서는 사실 일방적으로 기록됐다. 백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문이 이렇더라, 누구 의견이 이렇더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 장관 두 명과 비서실장, 청와대 수석과 행정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 등이 구속되고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제 얘기를 104번 언급하면서 왜 저를 구속 안했는지 궁금하다"며 "제가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정말 몇 명이 그런 걸로 배제당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등에서 저를 부른 적은 없고 백서 조사에서도 제 의견을 일체 물어본 적 없다"며 "백서에 저와 관련해 상당히 명예훼손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증거가 없어서 못 잡아넣었다'는 뉘앙스의 글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제 이름이 여러 번 나왔다고 하니까 다시 잘 검토해서 문제가 있을시 법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그런 일을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뷰에서 이런 일을 했으면 '석고대죄해야 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제가 일할 때 명단을 만들어서 배제하거나 불평등한 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예술계에선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고 재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입장을 물었다. 유 후보자는 "어떤 재조사를 요구하는진 모르겠다. 이전엔 이명박, 박근혜 정부만 조사한 걸로 안다. 이왕 한다면 좀더 넓혀서 노무현, 문재인 정부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이유로 자신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고, 저를 반대한다고 또다른 피해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할 일을 더 많이 생각할 때다. 반대하는 분들이나 반대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저를 반대하는 분들을 문화예술인으로 말하고 싶진 않다. 문화행동가들"이라며 "저를 지지한다고 발표한 많은 분들은 현장에서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예술가들이다. 제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그들을 배제했다면 지금 (지지하는) 행동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갈라치기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유 후보자는 "예술인들이 계시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답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창의적이고 역량있는 예술인들이 자신의 꿈을 꽃피울 수 있는 도전과 혁신의 창작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문화예술 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점검하겠다"며 "생계보조형의 관행적 지원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곳에 확실하게 지원하는 한편 창작 공간 지원, 공연장 대여 등 예술인들이 마음껏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창작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간 문화격차를 타파하고 균형 발전을 이루고, K콘텐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콘텐츠 지원 전략의 새로운 틀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문체위원장은 "경쟁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순수예술 지원이 어려운 거 아닌가. 되는 집안만 밀어주고 어려운 집은 지원받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유 후보자는 "그런 건 아니다. 자꾸 업그레이드해서 대열로 올라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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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