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해체 반대 주민 초청 걷기 행사 참석
'전 정부 인사 등용'엔 "좋은 인재 골라쓰는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여주 강천보를 찾아 "4대강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여주시 강천보에서 열린 걷기 행사에 참석해 "늦었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지지해 주셔서 4대강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보 해체 반대 활동을 해온 지역주민들의 초청을 받고 행사를 찾았다. 지난해 12월 특별 사면·복권된 이후 재임 시절 지은 4대강 보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색빛 정장에 노타이 차림을 한 이 전 대통령은 선글라스를 낀 채 연단에 올라 즉흥으로 연설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지킴이 16명의 면면을 볼 때 4대강 보를 지킬 만한 충분한 능력과 패기를 느꼈다. 그러니까 지켰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울 때 오로지 국가 미래를 생각해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준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후위기 상황을 꺼내며 "다행히 1919년 도산 안창호 같은 선각자가 있어서 한국은 강산을 개조해야 한다고 소리질렀다. 강산이 변하지 않으면 조국의 미래도 없다면서 젊은이들에게 말씀하신 그 선각자의 지혜를 새삼 감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지만 우리 국민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지지해 주셔서 4대강을 지킬 수 있었다"며 "이제 더 보완해서 지천까지 관리해서 완벽한 치산치수 되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가까운 북한부터 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도우며, 주위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왔을 때 한국이 어떻게 세계 경제위기가 온 2009년에 원조를 주는 나라에 가입했느냐고 묻길래 '당신은 어려운 걸 모른다. 어려울 때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렵다. 한국이 살만 하니까 이젠 도와줘야겠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손을 꼭 잡으며 '대한민국 국민 존경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연설 이후 시민들과 함께 보 주변을 돌았다.
이 전 대통령은 '전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너무 비판적이었다'는 취재진 질문에 "정치적으로 이야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보니 (현 정부에서) 지류·지천 뭐(정비) 한다고 하더라. 잘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 취재진이 '녹조가 창궐한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라 생각하나', '수문을 열면 농지에 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질문을 던지자 취재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공부 좀 많이 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전 정부 인사가 득세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전 정부 인사가 많이 등용되는 부분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좋은 인재를 골라 쓰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당부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 내가 할 역할은 없고 나는 내 삶을 잘 살아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걷기 행사에 앞서 오전께 이포보와 여주보를 둘러봤다. 이어서 대선 후보 시절 방문을 약속을 했던 왕대리를 찾아 마을 주민들과 다과를 했다.
이명박재단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대선 후보 시절 4대강 탐방을 할 때 왕대리 마을회관에서 하루 주무셨다. 그때 마을 분들께 '당선되면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며 "오늘 거길 방문해 주민 40여명과 다과하고, 주민들과 만나 '옛날에 왔던 곳인데 감개무량하다' 정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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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