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공예품' 둘러싼 저작권 소송전 1심 결과는

'팔각누비매트' 두고 디자이너·공예가 법정 공방
원고 "제품, 무단 제조·판매…저작권 침해" 주장
피고 "일반적 전통문양, 저작권 대상 아냐" 반박
1심 원고일부승…法 "저작권 인정대상 맞아" 판단

누비공예품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유명 드라마 한복 제작에 참여한 한복디자이너와 누비공예가가 벌인 법정 공방의 1심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누비공예품 역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 응용미술 저작물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원고 측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판사 김세용)는 섬유디자인 작가 박모씨가 한복디자이너 이모씨 등 2명을 상대로 "공예품 제조·판매를 금지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4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원고의 성명 표시 없이 원고의 디자인이 적용된 팔각누비매트를 제조·판매해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씨 등이 원고 박씨가 창작한 누비 직물 제품에 대해 "제조·판매·수출하거나 판매를 위한 전시, 인터넷을 통한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손해배상으로 "피고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통영누비공예가로 알려진 박씨는 이씨가 2020년 8월 매장을 열고 자신이 창작한 '팔각누비매트'를 무단으로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이 정하는 부정경쟁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또 이씨에게 제품을 공급한 자수공장 운영자 최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씨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끈 유명 드라마 한복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로 알려졌다.

박씨에 따르면 이씨가 매장을 열기 전까지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최씨 역시 친분을 계기로 박씨가 이씨에게 소개한 사이이며, 그에게 누비 공예 관련 기술을 전수했다는 게 박씨 주장이다.

피고들은 이를 모두 부정했다. 이씨 등은 공예품에 들어간 누비 무늬는 국내외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는 문양으로 저작권 인정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제품의 창작권을 보장해야 한다면 박씨가 아닌 공장 운영자 최씨에게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팔각누비매트의 누비 기법에 독특한 방식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 응용미술저작물이라고 판단했다. 이씨 등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점도 재판부는 짚었다.

재판부는 박씨가 2021년 2월 디자인을 정식 출원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다방면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공표해 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씨는 2018년 10월 국제교류전 등에서 해당 제품을 출품했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2016년부터 해당 디자인을 적용한 누비 직물 제품의 사진을 게시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는 디자인 공표자로서 저작권법에 따라 해당 디자인의 저작권자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디자인 저작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가 2016~2018년 최씨에게 도안을 공유하고 제품을 의뢰했다는 점에서 별도 창작물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1심 판결에 대해 이씨 측은 별도 입장을 묻는 뉴시스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씨와 최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특허법원에서 진행되는 항소심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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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