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시오' 출입문 밀어 행인 숨지게한 50대, 항소심 무죄→벌금형

과실치사 혐의 적용된 1심서 "사망 예견 힘들었다"며 무죄
항소심 재판부 "피해자 충분히 인식 가능" 과실치상 혐의 적용

출입문에 ‘당기시오’라는 안내가 붙어있음에도 문을 강하게 밀어 행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뒤집고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형철)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31일 오전 8시께 충남 아산시의 한 건물에서 외부로 나가면서 문을 강하게 개방해 출입문 바깥에 서 있던 B(76)씨를 충격했고 도로 바닥에 넘어지게 해 숨지게 한 혐의다.

당시 출입문에는 불투명한 시트지가 붙어 있었고 출입문 안쪽에는 ‘당기시오’라는 팻말이 부착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과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출입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출입문과 부딪힌 뒤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보독블록에 부딪혀 사망하는 것까지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출입문은 반투명 재질 유리로 만들어진 여닫이 방식으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출입문 앞에 사람이나 물체가 있음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B씨가 약 40초 이상 건물 출입문 앞쪽에 바짝 붙어서 서성이고 있었으며 이러한 행동을 피고인이 예측할 수 없었고 문을 과도하게 세게 밀어 개방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출입문에 붙여진 ‘당기시오’라는 팻말이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통상적으로 피해자의 사망까지 예견하기 힘들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충분히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의 예견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됨에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출입문 앞에 바짝 붙어 서성이고 있었는데 당시 오전 8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출입문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출입문이 투명하지 않아도 밖에서 피해자가 서성이는 실루엣이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되고 피고인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부주의하게 출입문을 열다가 피해자를 충격해 상해를 입혀 죄책이 가볍지는 않다”며 “혐의를 과실치사에서 과실치상 혐의로 변경했고 과실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다 한 점과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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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취재본부장 / 유상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