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농단' 임종헌 징역 7년 구형…1심 선고 내년 2월

2018년 기소 이후 5년 만에 결심 열려
檢 "사법농단 핵심…대부분 범죄 지시"
"청탁·개입으로 재판파괴…신뢰무너져"
임 "공소장 허상…법적 판결 내려달라"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2018년 기소 이후 5년 만이다.

법원은 내년 2월5일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조승우·방윤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세 차례에 걸친 대법원 자체조사 단계에서부터 사법행정권 남용의 핵심책임자로 지목됐으며, 수사를 통해 피고인이 대부분 범죄사실을 기획하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은 오랜 기간 행정처에 근무하며 사법부의 이익 실현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 헌신도 많았겠지만 어느 순간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피고인이 법관으로서 타협할 수 없는 가치를 깨달을 수 있도록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검찰은 1시간 반에 걸친 최후의견을 통해 임 전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헌법상 가치인 재판 독립을 보장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필요 권한을 위임받은 사법 행정권자"라면서 "하지만 사법부 이익을 위해 국회의원의 청탁을 받아 재판에 개입하는 등 재판 독립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행정처 심의관들은 사법부 존재 의의를 상실하게 하는 연구 등에 동원됐고 재판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 당했다"며 "이는 우리나라 사법부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차장은 변호인 측 최후변론이 끝난 후 짧은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의 허상을 지적하는 한편 본인의 무고함을 호소했다.

임 전 차장은 "피고인은 소명으로 생각했던 법관의 길을 중도에 접고 암울하게 지냈던 6년 세월에 대한 소회를 말하는 것으로 최후진술을 갈음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판사 경력 10년이 되는 1997년 사법행정 업무를 맡으며 비로소 재판 업무와 본질적으로 다른 극한 직업인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됐다"며 "어려운 협상 경험을 통해 진정성을 갖고 불편함은 내색하지 않고, 사회·정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 등을 갖춰야만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검찰은 완벽하게 업무를 숙지해야 한다는 업무 스타일을 문제 삼아 이 같은 목적으로 작성된 여러 보고서 그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물론 명예를 추구하는 인간이라 대법관이 되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본분을 벗어나 대법관이 되려고 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인생이 황혼에 접어든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재의 작고 확실한 행복에 감사하는 마음과 성찰의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공소장 곳곳에 난무하는 신기루 같은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한 추단이 엄격한 형사법상 법칙에 따라 증명되도록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모든 재판 절차를 마치고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년 2월5일 내리기로 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협의,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모임의 와해를 시도했다는 혐의 등이다.

그해 12월부터 열린 재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판 지연, 임 전 차장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이날까지 공판만 240회가 넘게 이뤄졌다.

임 전 차장 측은 2021년 이 사건 재판을 심리 중인 같은 법원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윤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과 마찬가지로 사법농단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재판을 심리했는데, 이 전 실장은 이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바 있다. 당시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가 공소사실이 일치하는 타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유죄 심증이 드러난 것이라며 기피 신청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를 간이 기각하자, 임 전 차장 측은 불복해 항고했고 항고심 재판부가 이를 파기환송 하면서 재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법원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되며 임 전 차장 측은 기피 신청을 취하했고 다시 재판이 재개됐다.

한편 검찰은 임 전 차장과 함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온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는 각각 징역 5년·4년을 구형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12월22일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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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