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다른 대안 있는데도 범행… 경제적 어려움 참작"
친모에게 "수감생활 잘해서 아이 키울 준비하라" 당부도
경기 수원시에서 낳은 지 만 하루가 지난 영아 2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친모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8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살인,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A씨의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아살해죄의 분만 직후란 분만 과정의 영향을 받아서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 있는 동안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범행 후 회복을 위한 의료진 도움을 잠시간 받았고, 범행 전 배우자와의 대화 내용 등에 비춰보면 스스로 분만을 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출산을 숨기려고 노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분만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서 범행으로 나아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체은닉 혐의와 관련해서도 "주거지가 이미 시체 발견이 곤란한 장소라고 하더라도 아이의 시신을 옷으로 감싼 뒤 봉지에 넣어 주거지 냉동 칸으로 이동한 것은 가족들이나 제삼자에게 발견이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하려는 장소적 이전이라고 볼 수 있어 시체은닉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인정했다.
범행 당시 우울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범행 당시 우울, 불안·초조 등 증상을 겪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범행 전후로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공판에 이르러서야 진단을 받았다"며 "순간적 분노 등으로 이유 없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닌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처한 상황을 인식해 살해를 선택한 것"이라고 배척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제 상황과 범행 동기, 출산 후 범행 시간 등을 종합해 보통동기 살인보다 형량의 기본영역이 낮은 참작동기 살인으로 이를 인정했다. 대신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라는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를 적용한 최종 처단형(징역 5~45년)에서 형을 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태어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영아로 모든 것을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피고인은 적어도 불법성의 정도가 현저히 낮은 대안이 존재함을 알면서도 범행했다"며 "그러나 생활 전반에 걸쳐 무능력한 남편을 의지할 수 없었고, 세 자녀를 키우면서 피해자까지 양육할 경우 기존 자녀마저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가 이뤄지는 동안 A씨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잠깐 훌쩍이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장은 이날 선고를 마친 뒤 A씨에게 "여러 기록과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 등을 보면 피고인이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강하게 정신력을 다지고 수감생활을 잘한 뒤 다른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아이를 출산한 뒤 경기 수원시 자신이 사는 아파트 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8년 11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하루 뒤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했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임신 중인 상태로, 출산을 앞두고 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검찰과 변호인 측 출산 대책 의견을 종합해 구속집행정지는 하지 않고 구치소의 보호 아래 연계된 병원에서 출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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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