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차를 홍보하나."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이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벤츠 딜러가 불이 난 아파트 출입구에서 판촉행사를 해 주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오전 6시15분께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사고를 일으킨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EQE 350 모델로, 중국 파라시스 테크놀로지(중국명 푸넝커지·孚能科技)가 생산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주차장에서 발생한 검은 연기가 아파트 단지 전체를 뒤덮으면서 주민 103명이 옥상 등으로 대피했고, 135명이 소방대원에 구조됐다.
또 영유아를 포함한 입주민 22명이 연기를 흡입했다. 이밖에 차량 72대가 불에 탔고, 70여대가 그을림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으며, 또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지면서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화재 사건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불이 난 아파트 단지 현관에 벤츠 판매 사원이 부착한 유인물이 발견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인물에는 ‘전기차 화재 지원 프로모션. 전기차 화재 사고로 피해를 입은 전손 처리된 피해자분들게 위로의 말씀드리며 벤츠 신차 구매 시 제공되는 지원 프로모션 안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지원 항목에는 ▲벤츠 구입시 추가 할인 2% 적용 ▲전손 차량 처분 및 취득세 7% 환급 절차 안내 ▲출고시 차량용 소화기 증정 등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아파트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화재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을 홍보하는 행위는 주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주민 A씨는 "화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벤츠 차량을 홍보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다른 주민 B씨는 화재 현장을 떠올리며 “불이 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제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를 보는 것 만으로도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주민 C씨는 벤츠 유인물에 대해 "화재가 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차를 홍보하느냐"며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번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은 단순한 차량 화재를 넘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그날의 공포와 불안을 떠안고 있으며, 벤츠 판매 유인물 부착 사건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한편 경찰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서구 당하동 소재 자동차 공업소에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와 관련, 2차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합동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 조사팀,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학과 대학 교수, 에너지화재연구소 등 관련분야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했다.
또 화재가 발생한 차체와 배터리팩을 분리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 관계자 6명도 참여했다.
합동감식팀은 정비소 안쪽으로 차량을 옮긴 뒤 화재와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배터리팩을 차체에서 분리하고 있다. 이후 '배터리 관리장치(BMU-Battery management unit)'를 국과수에 정밀감정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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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