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배소' 2심서 일본 기업 책임 연달아 인정…1심 뒤집혀

같은 법원에서 다른 두 사건 모두 승소
일본제철 각각 1억원·8000만원 배상 판결
1심은 소멸시효 도과로 판단해 원고 패소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일본 기업에 책임이 있다고 연달아 판결했다. 앞서 1심에서는 원고가 패소했지만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2부(부장판사 지상목·박평균·고충정)는 22일 강제징용 피해자 자녀 A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등은 부친이 일제 강제징용의 피해자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서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1심 결과가 뒤집혔다.

같은 법원 민사항소7-1부(부장판사 김연화·해덕진·김형작)는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 자녀 B씨 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가 이들에게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해자 자녀들인 B씨 등 5명은 강제징용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두 사건의 1심은 각각 비슷한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A씨 등 4명의 소송 1심을 판결한 판사는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써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소멸시효가 도과했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이 상고심의 파기환송 취지를 따라야 해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은 2012년 대법원 판단이 나온 때에 확정됐다고 봤고, 이에 따라 소멸시효도 2012년 5월24일부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국가 권력이 관여한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적용대상에 포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은 2018년 재상고심에서 확정됐다.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혹은 불법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10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청구권은 소멸한다.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효가 정지된다.

다만 강제징용 관련 사건 하급심에서 소멸시효 산정 기준을 대법원 재상고심으로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소멸시효 산정 기준을 2018년 10월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 이후 원고 대리인단은 "2심까지 오는 데 5년이 걸렸다"며 "상고심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는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오늘 두 건 다 일본제철 사건으로 1심에서 소멸시효를 2012년으로 봐서 기각된 사건인데 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걸쳐서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로 봐야 한다는 판결들이 나오면서 둘 다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강제동원 기업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배상할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되고 이야기가 끝난 것처럼 하는데 추가 소송과 판결이 잇따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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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