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생활 기반 송두리째로 앗아간 중대 범죄"
피해자들 "사과 한마디도 없어…엄벌 탄원"
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일명 '깡통주택' 100여가구를 취득해 임차인 157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19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에게 검찰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이범용 판사는 23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전세사기는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피해자들의 생활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간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범행에 해당한다"며 "피해자가 다수이며, 피해액이 합계 190억원을 상회한다. 또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 회복을 전혀 받지 못했고, A씨의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A씨 측은 "A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부동산 매수를 시작한 것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A씨는 어린 자녀와 건강이 좋지 못한 부모 등 가족들을 장기간 부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별다른 범죄 전력도 없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아울러 이날 A씨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본 3명의 청년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들은 20~30대 사회 초년생이며 A씨로부터 적게는 1억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6000만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들은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년간 월급을 모으고, 공공기관에서 청년 전세 관련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A씨의 전세사기로 자신이 모았던 돈을 모두 잃고, 은행에 막대한 대출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은 또 A씨로부터 피해 변제는 물론 사과 한마디조차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B씨는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정신과 약을 먹고 있으며, 약물 과다 복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병원에선 폐쇄병동 입원을 권유했지만 이마저도 돈이 없어 외래진료만 받고 있다"며 "정신과 약이 독해 하루에 12시간 정도 잠을 자게 됐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 직장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준비하던 C씨는 "A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뒤 수년간 모았던 결혼자금을 모두 쓰게 됐다. 결국 결혼은 뒤로 미뤄졌고 언제 할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하다"며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으로 한 사람이 10여 년간 빚을 갚게 생겼다. 앞으로 전세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A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10월23일로 지정했다.
한편 A씨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57명으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명목으로 총 193억455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기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과 담보대출금으로 건물을 인수하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깡통주택 190가구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피해자들의 임대차 보증금으로 건물을 인수하거나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는 등 '돌려막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또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위조한 임대차 계약서 36장을 HUG에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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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