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새 논 초토화" 9월 폭염 벼멸구 습격…수확 앞둔 농민 울상

마을 논마다 벼 고사…밤샘 방제 작업도 역부족
농약 살포 트렉터 수리 위해 농기계 정비소 북적
"쌀값하락에 벼멸구 수확량 감소…기후위기 대비"

"자고 일어나기가 무서울 정도로 벼가 마르는 면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벼멸구 피해가 확산한 지난 20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동복면 신율리 한 논.



수확을 3주 앞두고 노랗게 물들어야 할 들녘엔 벼멸구의 습격으로 고사한 벼들이 황갈색을 띤 채 누워있었다.

마을 논마다 벼멸구 피해가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었다.

이장 김모(47)는 수확철을 약 3주 앞두고 메마른 벼들을 보며 "올해 농사는 글렀다"고 토로했다.

처음 맨홀 뚜껑만 하던 벼멸구 피해 면적은 일주일 만에 급격히 불어났다.

추석 연휴 전날 피해를 발견한 이장은 방제에 나섰지만 35도에 이르는 한여름 기온이 명절 내 이어지면서 벼멸구 떼가 논 10곳 중 8곳을 파고 들었다. 명절을 맞아 농약 판매처도 문을 닫으면서 광범위한 방제도 어려웠다.

김 이장은 "농사 시작 9년 간 벼멸구 피해는 처음"이라며 "고온다습한 날씨에 사는 벼멸구가 이곳저곳 옮겨다니면서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광역 살포기를 이용한 밤샘 방제 작업도 펼치고 있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수확 전 2주 가량 농약 사용 제약이 있는 데다 방제에 힘써야 할 골든타임 시기 비까지 내려 방제 어려움도 잇따랐다.

급기야 농기계 정비소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농민들이 벼멸구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자 직접 농약 살포를 하기 위해 고장난 트렉터까지 고쳐가며 방제작업에 나선 것이었다.


이장은 벼멸구 피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를 우려하며 울상을 지었다.

김 이장은 "쌀값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벼멸구 피해까지 겹쳤다. 병충해를 입은 쌀은 팔 수도 없다"며 "올해 농사는 거의 남는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박세진 화순 동곡면 농민회장은 "갈수록 기온이 오르면서 농작물 피해도 다양한 형식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정부 차원의 농업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6~7월 중국에서 유입된 벼멸구는 볏대의 즙액을 먹으면서 벼를 고사시킨다.

올해 전남농업기술원이 추산한 지역 벼멸구 피해 규모는 1만7000ha에 이른다. 지난해(1000ha)와 비교해 17배 늘었다. 해남 보성·장흥·고흥 등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남해안 지역이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농업기술원 관계자는 "9월 이상 고온이 이어지면서 멸구류 밀도가 늘고 있다"며 "전 지역 피해 현황을 집계하는 대로 방제작업에 나서겠다"고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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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무안 / 김중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