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방송으로 고통을 겪는 파주 대성동 마을주민을 위해 방음 시설 설치, 트라우마 검사 및 진료용 버스 투입 등 조치를 내렸다.

김동연 지사는 23일 파주 대성동 마을주민들과의 간담회 현장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시간 끌지 말고, 당장 내일이라도 공사를 해서 최단기에 마무리하라"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도는 대성동 마을 51가구에 방음창·방음문을 설치하고, 주민들의 트라우마, 난청 등 치유를 위한 건강검진 차량과 '마음안심버스'(트라우마 검사 및 진료용)를 투입한다. 또 이같은 조치에도 힘든 주민이 임시로 쉴 수 있는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를 탄현 영어마을에 마련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튼튼한 안보를 중심으로 하되,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하면서 전단 날리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대북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저희 경기도는 이를 계속 비판해 왔지만, 앞으로도 중앙정부에 제 의견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오후석 행정2부지사에게 "파주시청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상주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진두지휘 하고, 오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 대성초등학교에 대한 방음 새시 등 지원 방안은 경기교육청과 대화해서 찾도록 하라"고도 지시했다.

김동구 대성동 이장은 방음 새시를 설치하면 생활소음 이하인 30dB 정도(현재는 80dB 안팎)로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김 지사에게 "죄인도 잠은 재울 것 아닌가. 우리는 죄인보다 더 하다. 너무 고통스럽다" "완전히 지옥 같다. 저희는 초중고 학생들이 있는데, 아이들은 공부를 할 수 없다" "전쟁이 나는 줄 알았다. 꽈광 하면서, 펑 하면서 시작을 하는데, 밤에는 짐승·굉음소리가 9월28일부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이 고문을 받고 산다고 생각해봐라. 고통스러운 암흑세계다" "스트레스로 트라우마가 생겼다. 차 소리나 트랙터가 지나가도 '또 시작하는구나' 하게 되고, (집안)입구만 들어서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열이 오르고, 귀가 웅웅 환청이 들린다. 이게 사는 거냐" 등 고통을 호소했다.

김 지사는 대북전단지를 북한으로 보내지 못하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건의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답변했다.

기이도 특별사법경찰단장은 "파주·연천·김포를 위험지역으로 설정한 만큼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강력하게 제지할 것"이라며 "대북전단 풍선이 올라갈 수 있는 세곳의 거점지역 76개소를 경찰과 특사경이 주야로 거의 24시간 순찰하고 있다. 주민들이 추가로 112로 제보를 주시면 저희가 바로 출동해서 제지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15일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방지하기 위해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를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