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우크라 사태 입장 낸 北…전문가 "충격 받은 듯"

北외무성, 침공 4일 만에 개인 명의 입장
임을출 "상당한 충격 받았을 가능성 있다"
러 침공, 北에 핵·미사일 개발 명분 제공
남북, 북미 간 대화 재개에 부정적 영향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첫 반응을 내놨다. 예상대로 북한은 러시아를 두둔하며 미국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첫 반응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26일 오후 늦게 개인 명의 글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우방인 러시아를 두둔하며 사태의 원인이 미국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계 패권과 군사적 우위만을 추구하면서 일방적인 제재 압박에만 매달려온 미국의 강권과 전횡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또 "국제 언론과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나토(NATO)의 일방적인 확대와 위협으로 유럽의 세력 균형이 파괴되고 러시아의 국가 안전이 엄중히 위협을 당한 데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미국 정부를 겨냥해 "자신들의 내정 간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의로운 것으로 미화하고 다른 나라들의 자위적 조치들은 부정의나 도발로 몰아대는 것이 미국식 오만성과 이중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그간 러시아와 친선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은 예상했던 대로다. 다만 러시아의 침공은 지난 22일 시작됐는데 북한 첫 입장이 나오기까지는 4일이 걸렸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충격을 받아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일관되게 비난해온 '자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내정 간섭'을 우방국인 러시아가 감행한 상황에서 러시아 입장을 계속 두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동시에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그 어떤 나라도 믿을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을 더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세와 상황에 따라 우호관계도 적대관계로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임 교수는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 자신들의 판단, 기존 입장과 협상 방식이 옳았다는 것을 실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듯하다"며 "북한이 자위적 국방력 강화 명분으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연속적이 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임 교수는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건은 북미 대화, 남북 대화의 조기 재개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달라지지 않는 한, 즉 북한 측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 요구에 대한 신뢰할 만한 답을 주지 않을 경우 북미 대화 재개는 요원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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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