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거리두기' 나섰는데…檢 압수수색에 산업부 '당혹'

검찰, 산업부 원전 부서 압수수색
3년 전 '블랙리스트 의혹' 고발 건
탈원전 뒤집기 나선 산업부 '난색'
정권 교체기인 만큼 극도로 말 아껴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된 산업통상자원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탈원전 폐기'를 주요 공약으로 낸 데 따라 부랴부랴 '탈원전 정책' 지우기에 나선 만큼, 산업부 입장에서는 탈원전 관련 논란에서 최대한 '거리두기'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는 25일 오전부터 산업부의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위한 인사 비위 혐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압수수색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9년 1월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이 한국전력 산하 발전소 4곳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했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9월 20일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사장 사표가 일괄 수리됐다. 남부·중부 발전소 전 사장은 임기가 1년 4개월, 서부·남동 발전소 전 사장은 2년 2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김 의원은 산업부가 산하 공공기관인 무역보험공사, 지역난방공사, 에너지공단, 광물자원공사에서도 사표를 제출받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이들은 임기가 9개월 또는 1년 이상 남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의원은 이들이 법적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사퇴를 강요받았다며 백운규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전 산업부 운영지원과장, 전 혁신행정담당관 4명을 검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산업부는 이번 압수수색에 난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산업부 쪽에서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관가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 시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3년 전의 고발 건이 하필이면 정권 이양기에 갑작스럽게 수사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산업부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탈원전 정책 폐기'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원전 정책 재정립에 나선 상황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2030년 이전 운영허가 만료 원전의 계속 운전 등이 포함돼 있다. 현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 발맞춰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원전 가동률을 낮춘 상황을 바꾸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전날 인수위에 원전 정책 재정립 방안, 원전 수출 산업화, 안정적 에너지 수급 방안 등을 보고했다.

이처럼 '탈원전 거리 두기'에 나선 상황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되며 이미 '미운 털'이 박혔을 수 있단 우려도 감지된다. 아직 새 정부가 본격 출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극도로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윤 당선인은 정계 등판 명분으로 '월성 원전 사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선거 기간 중 "정치에 참여하게 된 것은 탈원전, 월성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에 정권 교체 이후 탈원전 논란과 관련한 수사 동력이 다시 조여질 수 있다는 관측이 상당했다.

특히 산업부는 검찰에 대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산업부는 지난 2020년에도 월성원전 1호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후 관련 공무원 2명이 구속되는 등 '꼬리 자르기' 식으로 실무진만 희생양이 된 사례를 내부 직원들은 직접 보고 겪었다.

이에 산업부 안팎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무리한 정책 설계에 나선 게 '부메랑'이 돼, 정권 교체 시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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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