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9 對 보수 8'로 바뀐 구도로 관심
경기 임태희 "회장도 보수로 교체돼야"
표결 가능성…현실화 시 결과는 안갯속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이 13일 첫 만남을 갖는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진영 간 힘겨루기가 있을 지 교육계 이목이 쏠린다.
교육감협은 이날 오후 3시 세종비즈니스센터 사무국에서 당선자 간담회를 연다. 당선자들은 이 자리에서 차기 협의회 임원단 선출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협 임원단은 5명의 교육감으로 구성되며 회장(1명), 부회장(3명), 감사(1명)다. 규약에 따르면 임원단은 정기총회에서 호선한다. 당장 이날 차기 회장을 합의하에 내정할 수 있지만, 진영 구도 상 표대결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당선자 17명 중 8명이 보수로 분류돼 3명에 불과했던 2018년 구도와 크게 달라졌다.
진보교육감이 다수를 차지했던 2014년, 2018년 선거가 끝난 뒤 교육감협 회장 4명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맡아 왔다. 규약 상 호선이지만 사실상 합의에 따른 추대로 임원단을 결정해 왔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설명이다.
교육감협 회장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이날 간담회가 교육계 이목을 끄는 이유로 꼽힌다. 다음달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 당연직 위원이 돼 전국적인 교육 정책 수립에 관여할 수 있어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마다 학제, 대학입학정책,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을 비롯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보수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17명을 대표해 윤석열 정부와 호흡을 맞추려면 협의회장도 정부 기조에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출마 뜻을 밝힌 당선자도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보수 협의회장으로의 교체가) 돼야 한다고 보고, 이를 희망하고 (출마)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전교조 아웃(OUT)'과 같은 구호를 외쳤던 만큼 진보 성향 교육계의 거부감도 만만찮다.
박숙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교육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 출신 초선 교육감 당선자가 협의회장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 우려된다"며 "선거 때 반(反)전교조 구호로 진영 대결을 부추겼던 사람이 시·도교육감 전체를 아우르는 자리에 오르면 정치·진영 싸움으로 교육 의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교육계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그간 구도는 진보 쪽으로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표결로 간 적은 없었지만, (회장 선출 관련)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는 "임 교육감 당선자가 나온다면 진보 성향 당선자들이 평화롭게 추대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17명 교육감이 표 대결에 나선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진보로 분류되는 당선자가 9명으로 더 많지만 중도 성향 교육감들이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전북 서거석, 광주 이정선 당선자 등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교총 활동 이력이 있어 중도라는 분석이 있다. 설동호 현 대전시교육감도 보수보다 중도에 가깝다는 평이 있다.
교육계에서는 표 대결로 이어지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선자들이 임기 시작(7월) 전부터 진영 갈등을 일삼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눈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적 중립이 법적으로 요구되는 교육계에서 진보·보수 나뉘어 갈등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표결까지 가지 않도록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장치들을 교육감협 내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향점이 다른 교육감 당선자끼리 화합하기 위해서는 누가 리더가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은 화합을 이룰 수 없고,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이 협의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 진영 모두에게 공감대를 얻는 당선자가 추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감협 규약에 따르면 새 임원단을 호선하지 못할 시 교육감 당선자 중 최연장자인 설동호(71) 대전시교육감이 당분간 임시 회장을 맡도록 돼 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