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신자유연대가 인격권 침해하고 추모감정 훼손"
법원 "이태원 광장, 고인 애도할 장소 아냐…집회 자유 박탈은 과도"
유가족 "신자유연대 관점에서 기울어진 판단, 즉각 항고할 것"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분향소 주변에서 시위를 하는 보수단체의 접근을 막아달라고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법원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가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에 대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피보전권리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앞서 신자유연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해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가 설치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분향소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를 활용해 선동하는 이들은 물러나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
당시 김 대표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시민대책회의가 반정부 활동을 위해 이태원 사고에 숟가락을 올리는 것이라 막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유가족협의회는 지난해 12월29일 김 대표와 신자유연대의 분향소 출입 또는 접근을 막아달라고 신청했다.
또 분향소 반경 100m 이내에서 방송이나 구호제창, 현수막 개시 등 행위를 통해 추모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유가협 측은 신자유연대에 대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성 발언을 하고, 분향소의 평온을 깨뜨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가족들의 인격권이 침해되고 추모감정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자유연대 측은 협의회 측이 용산구청으로부터 도로 점령 허가도 받지 못했으며 분향소 내 정치적 행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분향소가 설치된 이태원 광장에 대해 시민에게 개방돼있는 곳이라며 "일반적인 장례식장이나 추모공원처럼, 오로지 유가족이나 추모객들이 경건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를 할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채권자(유가협)의 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이 채무자(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신자유연대가 게첩한 현수막에 대해서도 그 내용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유가족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이런 현수막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로 채무자들의 집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오히려 기본권의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법원이 신자유연대 관점에서 기울어진 판단을 했다며 즉각 항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유가족들은 2차 피해와 그 고통에 대한 일말의 공감의식 없는 법원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2차 가해행위가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하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2차 가해행위를 방치하겠다는 결정"이라며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부당하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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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