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받았어도 국가배상 소송 가능"

긴급조치·국가보안법 등 명목으로 구금
국가배상 소송…'보상' 이유로 각하 판결
대법 "위헌 결정 반영…위자료 지급해야"

긴급조치나 국가보안법으로 불법 구금되거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이미 정부에서 보상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1976년~19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05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정부로부터 보상금 약 145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3년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지만, 각하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보상심의위를 통해 보상을 받은 것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과 같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해당 법 조항의 일부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국가에서 보상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는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후 국가를 상대로 2차 소송을 제기했다.

2차 소송에서도 1심은 각하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인용해 '위자료 부분은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고 볼 근거가 사라졌다'며 국가가 A씨에게 약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헌재의 위헌결정을 통해 위자료에 대해 화해 성립 근거가 사라져 피해자가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도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B씨 사건을 맡은 2심은 각하 판결했기 때문에 대법원은 이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1981~1983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금돼 가혹행위를 수반한 수사를 받았다. 이후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A씨와 같은 이유로 패소했다.

B씨도 헌재 결정 후 재소송에 나섰다. 1심과 2심이 B씨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A씨 사건과 같은 취지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파기환송심은 구체적인 위자료 액수 등을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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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