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위주 대입 정시에 학교폭력 전·퇴학 반영 가능할까

교육부 차관, '제도 필요' 요구에 "고민하겠다"
학교폭력 전·퇴학, 소송 여부 무관 학생부 기재
정시, 주요 대학 수능 100%…"당락 영향 미미"
"현실적으로 2026학년도부터 적용 가능할 듯"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자진 사퇴한 정순신(57·사범연수원 27기)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고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전형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입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정시에는 대학마다 학생부 반영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고 수준도 다르다"고 전했다.



장 차관은 정시에도 학교폭력 여부를 반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 질의에 "학교폭력근절대책을 (검토)하면서 말씀주신 의견도 고려해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실효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있는 수험생이 법률적 전문가인 학부모 등 조력을 받아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 대입 전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교육부의 '2022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지침)을 보면, 학교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내려진 조치사항을 행정심판이나 소송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결정을 통보 받은 즉시 학생부에 기록한다.

다만,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상 ▲서면사과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보복행위 금지 ▲교내봉사 등 이른바 '1~3호 조치'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 한해서만 학생부에 기재하게 돼 있다.

가장 엄중한 8호 전학, 9호 퇴학 조치는 학생부 내 '인적·학적사항 특기사항'에 적힌다. 전학 조치는 오는 3월1일부터 교육부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가해 학생 졸업 후 2년 동안은 무조건 보존하며, 퇴학 조치는 삭제하지 않는다.

'집행정지 등 무관 학생부 기재' 지침은 정 변호사 아들이 재심 절차를 밟고 있던 2018년에도 유효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당시 지침에는 '(재심 청구 등으로) 조치 이행이 유보되는 경우에도 학생부 기재는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20년 교육 당국의 학교폭력 처리 절차가 바뀌어 현재는 경미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단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에서 가해 학생 등에 대한 조치를 결정한다. 심의위 차원의 조치가 확정되면 이를 학교에 통보한다.

다시 말해 관할 교육지원청의 심의위에서 학교폭력 관련 전학이나 퇴학 조치가 내려진 경우 소송과 무관하게 일단 학생부에 기재되며 대학이 전형 과정에서 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 절차로 살펴봐야 하는 것은 대학이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입시 전형에서 얼마만큼 반영하며 그 점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여부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부가 주요한 대입 전형자료로 쓰이는 수시 전형에서 대학이 지원자가 학교폭력으로 받은 조치를 따져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장 차관도 전날 국회 관련 질의에 "학교에서 강제전학 처분을 하게 되면 곧바로 학생부에 기록을 하게 돼 있기에, 대입 측면에서는 기록이 되는 순간 바로 불이익이 들어간다"며 "기록이 (소송에도 불구하고) 계류되는 게 아니고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도 기록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체육특기자 등 학생선수 폭력에 대해서는 보다 명시적인 조치가 작동할 예정이다. 올해 고2가 치를 2025학년도 대입부터 대학들은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체육특기자 특별전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 명시된 내용이다.

문제는 학생부 반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시 전형이다. 정시는 수능 성적을 위주로 평가한다.

서울대는 정 변호사 아들이 합격한 것으로 알려진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일반전형(수능위주전형)에서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제외하고 100% 수능 성적으로만 전형을 실시했다. 명시적으로 '교과 외 영역(학내외 징계 포함)은 감점 자료로 활용한다'고 적었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대입전형을 기준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서강대 등 주요 6개 대학을 중심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처럼 정시에서 학내·외 징계 여부를 감점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곳은 서울대가 유일했다.

다른 5개 대학은 관련 규정이 없다. 다만 '수학능력이 부족하거나 전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자'(고려대), '학력수준 혹은 면접/실기 수준이 수학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연세대)와 같은 포괄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전부다.


입시 전문가들은 규정이 없는 대학은 물론 규정이 있는 서울대조차도 당시는 전형요소에 학생부가 반영되지 않았기에 전형에서 당락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설명한다.

이석록 전 한국외대 입학사정관은 전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입시 요강에는 (정시는) 수능 100% 전형이란 게 분명히 명기돼 있다"며 "단서 조항에 감점이 포함돼 있으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주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시에서도 과거의 학교폭력 조치가 영향을 미치려면 수능 외에도 학생부 기재 내용을 일정 부분 전형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부터 수능위주전형 지역균형전형에서 수능 60%, 학생부 교과평가 40%를 전형요소로 활용했다. 수능위주 일반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수능 100%로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80%, 교과평가 20%를 반영해 학생부를 반영했다. 단, 학폭으로 인한 조치사항이 적히는 학생부 상의 '인적·학적사항' 속 특기사항의 반영 여부는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다.

대학들이 정시 전형에 학생부 속 정성적 요소를 평가 지표에 반영하려면 현실적으로는 올해 고1이 치르게 될 2026학년도 대입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024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은 이미 확정됐고, 2025학년도는 4월까지 확정해야 하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치를 받은 것만으로 대입에서 탈락할 만큼 엄중한 양정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조치를 받은 학생이 위험부담을 더 느껴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 서울 지역 대학 입학처장은 "학교폭력 관련 조치가 경중에 따라 학생부에 기록되는 방식이 다른데, 입학사정관들이 이를 꼼꼼히 살펴보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2026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처럼 경고성 문구를 넣는 정도라면 대학들이 학교에 자료 요구를 해야 하는데,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유로 당사자나 학부모가 제출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입 전형에 반영하더라도 학교폭력 조치로 받은 징계에 대해 대입에서 또 한 번 더 징계를 하는 꼴이 돼 일사부재리(일단 처리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도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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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