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내가 겹쳐보여"…고위직 학폭 논란에 들끓는 대학가

"잔인했던 기억이 떠오를까 드라마도 안 봐"
"저항 못 한 채 당한 기억이 아직도 내 몸에"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초등학교 때 학폭(학교폭력)을 당하면서 교과서 맨 뒤 장에 연필로 자살 계획을 꾹꾹 눌러쓰던 과거의 내가 겹쳐 보여요."

정순신(5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임명 하루 만에 국가수사본부장 자리에서 사퇴한 가운데,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는 과거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 사실을 털어놓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자녀 학폭 문제가 불거진 이후부터 이날까지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위직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네티즌 A씨는 지난 26일 서울의 한 사립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순신 사건은 단순 아들 학폭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권력을 이용해 징계 취소 소송 3심까지 끌고 가는 '2차 가해'를 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라며 "사건의 이름을 '정순신 2차 가해 논란'으로 바꿔야 한다"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 B씨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들이 잘 못해서 아빠가 벌 받는 '연좌제'가 아니라 애초에 아빠와 아들이 공범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정 변호사 아들이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에브리타임에는 "제발 죽을 때까지 꼬리표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학폭 강제전학이 입시에는 지장이 없냐. 우리 학교 왔다는 게 충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나아가 "학폭(학교폭력) 전과가 있으면 무조건 탈락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시든 수시든 상관없이 지원시 자동 탈락처리한다는 조항 만들라"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게시글에는 "무조건은 언제나 위험하다", "취지는 좋은데 악용될 수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최근 학교 폭력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르면서 원치 않는 기억을 떠올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중학교 시절 2년간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네티즌 C씨는 지난 26일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며 "그 잔인했던 기억이 떠오를까 봐 뉴스를 보지 않고, 요즘 인기라는 드라마 시리즈도 외면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몰아세웠던 말과 눈빛, 분위기가 떠오른다. 그중 어떤 사람은 꽤 잘나가는 사람이 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사람은 곧 나랑 일로 마주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여러 차례 계획했다는 네티즌 D씨는 지난 25일 서울대 에브리타임에 "나를 괴롭히던 사람들은 나를 괴롭힌 것을 기억도 못 할 것이다"며 "(학교폭력 피해) 당시 저항도 못 하고, 신고도 못 한 채 당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내 몸에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목소리도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로 지금까지 삶을 정상적으로 이어나가기 힘들었다고 고백한 네티즌 E씨의 서울대 에브리타임 글에는 전날 "가해자들이 천벌을 받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나한테도 고통이다. 나는 가해자들이 언젠가 사과하러 오는 날을 그리며 버틴다"는 답글이 달렸다.

또 "누군가를 괴롭혀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그 아이들의 마음속이야말로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받았던 글쓴이가, 상처를 주었던 이들로 인해 너무 힘들거나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남은 네가 강자고 승리자다" 등의 격려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는 지난 2017년 강원도에 있는 한 기숙사형 명문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해 동급생을 상대로 폭언 등 학교폭력을 가해 재심을 거쳐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학생은 정씨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패닉에 빠지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위 30%를 웃돌았던 내신 성적은 학사경고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이듬해 3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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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차장 / 곽상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