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상승세 반전
"자사고 존치 정책기조 영향…격차 더 커질 것"
윤석열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해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중학생이 일반고 희망자보다 월 평균 사교육비를 30만원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와 일반고 진학 희망자의 사교육비 격차는 전년도 조사에서 감소했으나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8일 교육부와 통계청의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9만6000원으로 일반고(41만5000원)보다 28만1000원 더 많았다.
과학고(과고)·영재학교 희망자는 67만원, 외국어고(외고)·국제고는 64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일반고와 격차는 각각 25만5000원, 22만7000원이다.
학생 나이나 지역 등에 따라 사교육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밝힌 액수보다 가정이 체감하는 사교육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 희망자 사교육비를 1로 가정하면 자사고는 1.68배, 외고·국제고는 1.55배를 더 썼다는 것이다.
같은 계산법을 적용해 살펴보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9년부터 자사고 진학 희망자는 일반고보다 1.71배→1.72배→1.63배→1.68배 더 많은 월평균 사교육비를 썼다. 전년도 조사에서 격차가 한 차례 감소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 실시 시점(5~6월, 9~10월)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직후였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자사고 전면 폐지를 추진했던 지난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자사고 존치 방침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자사고 진학 희망자의 사교육 참여율(85.7%)도 일반고 희망자(76.6%), 전체 중학생(76.2%)보다 각각 9.1%포인트(p), 9.5%p 더 높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통상 영재학교 준비반과 과학고 진학 희망자가 자사고보다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고, 영재학교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소규모 그룹과외 방식으로 이뤄져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수 있다"며 "자사고는 70~80%가 이과반이고 대체로 의대를 준비하는데, 과고를 떨어지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현실적으로 영재학교, 과학고에 이어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 순으로 사교육비가 높아야 정상"이라며 "자사고 학생 수가 많고 영재학교 준비생은 표본 수가 적은 결과라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 존치 방침을 밝히고 나서 그에 따라 사교육 열기가 높아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전날 논평에서 "고교 서열화로 인한 고입 경쟁은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자 이른 시기부터 입시 사교육 참여를 부추긴다"며 "고교 세분화 정책을 철회하고 기존의 해소 방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대표도 "통합형 수능 등에 따른 이과 쏠림 기류에 부응해 자사고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자사고 진학 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사교육도 지속될 것이고, 의대 선호 현상과 맞물려 격차도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자사고 희망자와 일반고의 사교육비 격차 확대는 입시 경쟁의 영향력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자사고 존치와 새 형태의 고교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에 사교육비의 '이주호 리스크'(위험)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검토해 올해 상반기 안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자사고 존치, 미국 주 정부 승인 하에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공립학교인 차터 스쿨(Charter School) 등 도입 방안을 담은 고교 교육력 제고 추진 방안도 올해 상반기 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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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종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