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4대강 입찰 담합 업체들, 설계보상비 반환해야"

2심서 수자원公 직접 사업만 반환 명령
대법 "입찰 참여했다면 계약 체결된 것"

4대강 사업 입찰에 담합한 업체들에게 지급됐던 설계보상비를 다시 정부에 반환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설계·시공사 86곳을 상대로 제기한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원고와 각 피고들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려워 설계보상비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 성립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시공사 86곳은 4대강 사업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와 관련해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공사에 입찰했다.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를 기준으로 업체별 공사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불법 담합으로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한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신청해 수령했다. 턴키와 같은 기술형 입찰은 일반적으로 낙찰을 받지 못한 업체의 설계비를 보상해준다. 이에 따라 사업에 입찰했다가 떨어진 업체들이 수자원공사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신청해 약 230억원을 받았다.

다만 공정위 조사 결과 업체들의 담합 사실이 밝혀졌고, 수자원공사는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입찰 유의서에는 '담합하거나 타인의 경쟁참가를 방해 또는 관계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할 경우 입찰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입찰의 무효에 해당하거나 무효에 해당하는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자는 설계비보상 대상자에서 제외하며, 이미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는 현금으로 즉시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1심에서는 원고인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공사가 직접 입찰 및 계약인수를 한 사업에 대해서만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입찰 공고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고, 입찰을 실시한 자가 낙찰을 결정함으로써 그 청약을 승낙하는 것"이라며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한 피고들과 입찰을 실시한 원고 사이에 어떠한 계약관계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설계·시공사들이 설계보상비 지급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제출하고, 실제로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설계보상비 반환계약에 관한 청약에 대해 승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입찰공고의 주체가 입찰공고 당시 '낙찰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자는 설계비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정했고 입찰자가 이에 응해 입찰에 참여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찰공고의 주체와 낙찰 탈락자 사이에는 공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입찰의 무효에 해당하거나 무효에 해당하는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자는 설계비보상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는 현금으로 즉시 반환해야 한다'는 이 사건 특별유의서 규정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사건에 관해 보면 수자원공사가 입찰을 공지한 각 공사에 관해 수자원공사와 설계·시공사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약정이 성립했다"며 "각 설계·시공사들은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계약에 기해 수자원공사에게 설계보상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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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