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문건 삭제' 항소심 첫 재판…치열한 책임 공방

무죄 판단 나온 방실 침입 두고 검찰·피고인 측 대립
재판부 "개인 정보 지운 행위가 처벌 가능한지 의문"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1심에서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11일 오후 3시 20분 231호 법정에서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A(54)·B(51)·C(46)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무죄 판단이 나온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 해당 사무실은 정부청사 관리본부의 엄격한 관리로 외부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고 당시 C씨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처럼 공무원들을 기만해 침입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국회 요구로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자 심야 시간에 주요 자료를 삭제하는 등 사상 초유의 국가공무원에 의한 국가 감사 방해 사건이며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실제로 실행해 매우 위중한 범죄라고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일부 자료만 제출했다는 행위는 맞지 않고 산업부의 부당 개입 여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검찰이 주장하는데 당시 감사는 산업부가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감사였다”라며 “감사원 직원들이 뜬금없이 산업부 부당 개입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한수원과 관련된 자료만 제출하면 되고 산업부 관련 자료 제출에 대한 책임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숨기기 위해 자료를 삭제했다면 후임자 컴퓨터에 공유된 자료까지 함께 삭제했어야 하지만 실제로 그러지 않았다”라며 “C씨 역시 더이상 제출할 자료가 없다고 전달하며 본인이 과거 본인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이지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삭제된 파일이 삭제할 수 없는 파일을 삭제한 것인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하며 디지털 전자화 시대에서 공용 기록에 대한 명확한 판례를 남길 수 있는 중요한 재판이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월성 원전 조기 폐쇄와 전혀 관계없이 공용전자기록이라는 파일을 후임자에게 이임한 뒤 사용하던 컴퓨터에 남겨둔 파일에 개인정보 등이 들어있어 후임자에게 넘기기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지우게 하거나 지운 경우를 공용전자기록손상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검찰은 1심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다고 판단, 추가 증거를 내지 않았고 피고인 측은 추가 증인들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2명 정도를 불러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으며 양측의 증인 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보고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6일 오후 4시 50분이며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했으며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B씨와 C씨에게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C씨는 같은 해 12월 1일 새벽 해당 부서에 들어가 자신이 사용했던 컴퓨터에 남아 있는 산업부 내부 보고 자료와 청와대 보고 자료 등 총 530개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산업부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 관여 여부를 감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사실을 알면서도 공모해 일부 최종본만 제출하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정당한 감사 행위를 방해했다”라며 “공용전자 기록이 작성자 지배를 현실적으로 떠나 변경과 삭제가 불가능한 정도로 객관화된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공용전자 기록 손상죄의 객체인 공용전자 기록에 해당하며 C씨가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C씨가 후임자로부터 비밀번호를 받아 들어갔고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이를 알면서도 C씨를 제지하거나 이유를 물은 적이 없던 점을 고려하면 C씨가 평온을 해치지 않았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판결에 불복한 피고인 측과 검찰 측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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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 박미란 기자 다른기사보기